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거나 장난감을 바닥에 던질 때, 부모는 마음을 알아주려다가도 말문이 막힌다. “왜 그래”, “그만해”라는 말이 먼저 나오고, 시간이 지난 뒤에야 다르게 말해볼 걸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순간이 반복되면 부모는 자신의 성격이나 참을성을 탓하기 쉽다. 그러나 감정을 알아차리고 이름을 붙여 말로 건네는 일은 타고난 성품의 문제라기보다 익혀 가는 능력에 가깝다. 아이가 그 능력을 배우는 중인 것처럼, 부모도 배울 수 있다.

부모교육이 자녀의 시기마다 다시 찾게 되는 배움이라면, 감정대화는 그 안에서 가장 오래 연습하게 되는 기술이다. 한 번의 강의로 완성되지 않고 매일의 대화 속에서 조금씩 자란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일은 익혀 가는 능력이다

기쁨과 분노, 슬픔과 공포처럼 기본이 되는 감정은 아주 이른 시기부터 나타난다. 갓 태어난 아기도 울음과 표정으로 편안함과 불편함을 알린다. 처음에는 뭉뚱그려져 있던 불편함이 자라면서 분노와 두려움, 서운함처럼 조금씩 갈라지고 즐거움도 기쁨과 만족과 자랑스러움으로 나뉜다.

다만 감정을 느끼는 일과 그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일은 다르다. 자부심이나 부러움, 질투처럼 자기 자신을 인식해야 알 수 있는 감정은 조금 늦게 나타난다. 아이는 자기 감정을 가리키는 낱말을 하나씩 익히면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짧게 말할 수 있게 된다.

그 낱말은 대부분 곁에 있는 어른에게서 온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을 쓰는지,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는지 아이는 보고 들으며 익힌다. 감정대화의 연습이 부모에게서 시작되는 이유다.

부모가 자기 감정을 먼저 알아차린다

부모가 화가 났을 때 목소리를 높이는지, 잠시 자리를 옮겨 숨을 고르는지도 아이에게는 하나의 본보기가 된다. 집 안에서 큰 소리가 자주 오가면 아이는 화가 났을 때 소리를 내는 방법을 먼저 익히기 쉽다.

부모의 감정을 감추라는 뜻은 아니다. 부모도 지치고 속상할 때가 있고 그 감정 자체는 잘못이 아니다. 아이가 배우는 것은 부모가 어떤 감정을 느꼈는가보다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었는가다.

그래서 연습은 아이가 아니라 부모 자신에게서 시작할 수 있다. 화가 올라올 때 목소리가 커지는지, 어깨가 굳는지, 말이 빨라지는지 몸의 신호를 알아 두면 말이 거칠어지기 전에 한 번 멈출 여지가 생긴다. “엄마가 지금 목소리가 커지려고 해서, 잠깐 창가에 서서 숨을 고르고 올게”라는 말은 감정을 알아차리고 이름을 붙이고 안전한 방법을 고르는 과정을 한 문장에 담는다.

아이의 감정을 말로 돌려준다

아이의 행동 뒤에는 대개 아직 말이 되지 못한 감정이 있다. 원하는 것을 할 수 없을 때, 가지고 놀던 것을 빼앗겼을 때, 관심이 동생에게 옮겨 갔다고 느낄 때 아이는 울음이나 몸짓으로 그 마음을 먼저 내보인다.

이때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감정을 짧은 말로 되돌려 주는 것이다. “모래가 신발 안에 들어가서 불편했구나”, “동생이 먼저 그네를 타서 서운했구나”처럼 장면과 마음을 한 문장에 담으면, 아이는 다음에 쓸 말을 하나 더 갖게 된다. 그런 말이 쌓이면 아이는 자기 상태를 행동보다 먼저 말로 알릴 수 있게 된다. 행동을 어떻게 다룰지는 그다음에 이어지는 이야기다.

울음과 소리가 클 때는 설명이 잘 닿지 않는다. 그럴 때는 안전을 먼저 확인하고 진정될 때까지 곁에 있다가, 가라앉은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함께 정리하는 편이 낫다. 아이가 화를 말로 표현했을 때 그 말을 알아주면 다음에도 같은 방법을 골라 볼 힘이 생긴다.

아이마다 감정의 속도가 다르다

같은 말이라도 아이에 따라 다르게 닿는다. 어떤 아이는 작은 일에도 감정이 크게 솟았다가 금세 가라앉고, 어떤 아이는 표정으로는 잘 드러내지 않다가 한참 뒤에 마음을 꺼낸다. 감정의 크기와 가라앉는 속도에는 이른 시기부터 개인차가 나타나며, 이 차이는 서둘러 바로잡기보다 알아 두어야 할 특성에 가깝다.

말로 자기 요구를 표현하기 어려운 시기에는 사소한 일에도 감정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자라면서 자기를 억누르는 힘이 조금씩 생기지만 그 시기와 속도는 아이마다 다르다. 부모가 같은 방법을 계속 쓰기보다 아이의 반응을 살피며 말의 길이와 기다리는 시간을 조절하게 되는 이유다.

연습은 일상 속에서 쌓인다

감정대화는 한 번 배워 끝내는 지식이 아니다. 아침 준비와 저녁 식탁, 잠자리 대화처럼 매일 돌아오는 장면이 연습의 자리가 된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에 지난번보다 조금 다르게 말해 볼 기회도 반복해서 온다.

부모가 익힌 감정대화는 아이와의 사이에서만 쓰이지 않는다. 배우자와 의견이 갈릴 때, 함께 돌보는 어른과 기준을 맞출 때에도 같은 방식이 쓰인다. 특정한 나이나 자격과 상관없이 관계 속에서 이어지는 배움이라는 점에서 감정대화는 평생교육의 성격을 지닌다.

오늘부터 연습할 수 있는 감정대화

  1. 아이의 행동을 지적하기 전에 지금 어떤 마음일지 한 번 속으로 물어본다.
  2. “서운했구나”, “억울했구나”처럼 감정을 가리키는 낱말을 조금씩 늘려 구체적으로 말해 본다.
  3. 화가 올라올 때 나타나는 몸의 신호를 한 가지 정해 두고 그 신호가 오면 잠시 멈춘다.
  4. 부모의 감정도 “엄마가 지금 조금 힘들어”처럼 짧은 말로 알린다.
  5. 아이가 크게 울 때는 설명을 미루고 진정된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함께 말로 정리한다.
  6. 아이가 감정을 말로 표현했을 때 그 순간을 알아주고 어떤 말이 좋았는지 짚어 준다.
  7. 하루를 마치며 아이와 각자 오늘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을 하나씩 이야기한다.

감정대화가 익숙해진다고 해서 갈등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아이는 여전히 울고 부모도 여전히 지친다. 달라지는 것은 그 순간 이후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서로 말로 확인하고 다음에는 어떻게 해볼지 함께 정할 수 있게 된다.

배움에 시작 시기가 정해져 있지는 않다. 오늘 한 문장을 다르게 말해 보고 내일 다시 해보는 반복이 감정대화를 익히는 길이다. 부모의 연습이 이어지는 동안 아이도 자기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곁에서 함께 배워 간다.